The Last Runway 주절거림 1
오타쿠인 유시내가 블로그에서 트위터로 넘어간지 거의 7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블로그에 긴 장문을 남기는게 부끄러워질 정도로 타임라인에 생각을 흘려보내는게 익숙해진 사람이 어쩌다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고 싶어졌을까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 그 강한 욕구를 일으키는 스토리였습니다. 과몰입 오타쿠의 말로일까요.. 아니면 정말 최애를 좋아하는 오타쿠로서, 유키 오시로서의 욕구일까요?
풀벌래 소리가 들리는 새벽에 컴퓨터를 켰다는 점이 저도 정말 놀랍네요.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서두에 쓰는건 이 글을 읽으시는 사람이 지금 저의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껴줬으면 좋겠단 이기적인 욕심이 겠죠. 또 훗날 다른것을 좋아하며 다른것을 덕질하던 제가 지금 쓴 이글을 읽을 때 이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단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메세지이기도 합니다. 미래의 나는 여기까지 읽으면 아마 부끄러움에 몸서리 치며 글을 비공개로 돌리겠지만 그건 미래의 내가 책임질 오타쿠적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이벤트 공지를 보고 카드를 보는 그 순간 순간 저는 운이 좋게도 같은 것을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이벤트가 시작된 첫날 정말 감사한 분들과 함께해서 1페이지에 유키룽룽이란 반도리의 망령같은 닉을 올리는 일도 경험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도 저의 그 순간을 함께 해주셨나요? 아니면 그 순간에 함께하지 못하였더라도 제가 즐거워하는걸 지켜봐주셨나요. 어느쪽이 아니더라도 지금 여기까지 읽어주신 당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스토리를 읽은 오타쿠는 자애로워지는거죠. 이런 오타쿠적 인류애를 느낄 때마다 저는 인간의 순수함을 떠올리곤 합니다. 같은것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제가 이 긴 스토리와 이벤트를 달리고 있는거겠죠. 이런 이야기는 이벤트가 끝나고 해야하는거지만 그때 쯤이면 체력도 기력도 기억도 모두 증발해 있을거란 생각에 이벤트의 중반부인 지금 글을 쓰고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사설은 여기까지 하고 이번 이벤트 스토리 그러니까 유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정말 좋았다. 이 짧은 한 마디에 담긴 힘을 믿으시나요? 저는 유키를 좋아하며 많은 순간순간 느낍니다. 같은것을 보더라도 가진 감정에 따라 또는 경험 시선 생각에 따라 사람마다 느끼는것이 다르잖아요? 저도 때에 따라 유키를 좋아하는 제 자신에게 분노나 환멸 같은 우을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럴때 생각을 지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정말 좋았다. 라고 말하는거더라구요. 자연스럽게 되는 것은 아니고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 속에 빠졌다가 그래도 그 감정에서 나오고 싶을 때 쥐어짜내는 다섯글자가 정말 좋았다 입니다.
저는 이번 스토리가 저에게 또 하나의 정말 좋았다가 될까 많은 걱정을 하였습니다. 어떤 것을 보고 그냥 좋았다 라고 말하는건 무척이나 간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유키는 매번 저에게 좋았다라는 한마디를 꺼내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가령 가챠에 도부가 나거나 계획 해둔 대로 진행되지 않는 이플러스 같은것들요. 그럼에도 덕질을 계속하는건 좋았다 라고 말하고 싶은 내가 좋아하는것을 좋아하는 행동이 좋았다라고 말하고 싶은 지고 싶지 않은 욕심. 이게 소위 말하는 덕심이겠죠. 덕심으로 좋았다란 말을 쥐어 짜내는건 스스로에게 큰 자괴감이나 상실감을 주곤 합니다. 나 좋자고 하는 취미생활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죠. 반복 되는 좌절은 두려움을 키우곤 합니다. 그럴때 마다 결국 다시 좋았다 라고 말을 하는건 좋아하는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하는 유키 덕분이라 생각해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유키오시분들은 유키가 좋아하는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외치는 수많은 순간을 지켜봐오곤 했잖아요. 그 순간 순간을 이겨내고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고 주변에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유키를 보며 저도 유키를 좋아하는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라는 감상에 빠지곤 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좋아하는것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잘 모릅니다.. 현실의 벽에 타협하며 언제나 차악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는 어른이니까요. 정말 재미없는 어른이네요. 저는 아주 작고 어린 유키가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순간을 볼 때 마다 스스로 반성하곤 합니다. 나는 저렇게 하지 못했는데 A3!라는 게임속 유키는 항상 타협하지 않고 길을 찾아내는 강한 아이니까요. 유키의 그런 강한 점이 너무 좋습니다. 물론 유키도 항상 강하지만은 못하죠. 그런 좌절의 순간마다 만카이의 극단원 들이 옆에 있습니다. 텐마 무쿠 카즈나리 미스미 쿠몬 소중한 여름조 부터 타이치 반리 사쿄 오미 아즈마 아자미 정말 많은 단원들이 유키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며 힘이 되어줍니다. 그덕에 저는 다른 캐릭터에게 고마움과 부채감을 느낍니다. 정말 제가 뭐라고 그런 감정을 느낄까요? 하지만 그런 감정 조차 지금은 너무나도 즐겁습니다. 자애로워진 오타쿠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스스로도 무섭네요.
이번 스토리는 주연인 유키 준주연인 타이치 조연인 텐마와 마스미 외에도 많은 캐릭터들이 유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줍니다.
먼저 같은 수예부인 오미. 오미와 유키의 관계는 사실 크게크게 부각된게 없었죠. 하지만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항상 밥을 해주는 고마운 친구인 오미는 묵묵하게 유키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주곤 합니다. 이 둘의 이야기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고 보는게 맞겠죠? 조금씩 흩어진 떡밥을 모아 이 두사람의 이야기도 나올거란 인상을 주는게 이번 이벤트 스토리의 1화였네요.
그 다음으로 유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단원은 반리였네요. 밤을 걸어라 때 진로를 고민하는 유키에게 지금 현재에 충실하라고 반리는 말했었죠. 그런 어려운 고민을 하기엔 너는 아직 어리다. 이 극단에서 반리만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이였죠. 유키오시는 밤을 걸어라를 읽을 때 마다 스스로에게 타협하지 않아 여유로움을 잃어버리는 유키에게 여유- 여유- 란 말을 해준 반리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번 스토리에서 반리는 대학 패션쇼에 다녀온 유키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많은 캐릭터 중 반리에게 그 이야기를 한건 반리가 연극으로 예술대학에 재학중이기 때문만은 아닐겁니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까만 밤속에서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여유를 가지고 현재에 충실하며 하고싶은 것을 해보라고 말해준 반리이기에 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타인의 진로 같은거 적당히 좋은 말만 해주고 넘기면 되는건데 반리는 자신의 일처럼 고민하고 반리이기에 내릴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런 반리이니까 유키가 많은 단원 중에 반리에게 패션쇼 이야기를 했다 느껴졌어요. 정말 참을 수 없이 좋지 않나요?
그 다음으로 유키의 이야기를 들어준 캐릭터는 카즈나리네요. 카즈나리의 이야기가 나오면 니보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죠. 니보시 때 준주연을 맡은 카즈나리는 무대에서 내려가기 싫어서 의상에 타협한 걸 누구보다 먼저 눈치채고 정말 이걸로 마음에 들어? 라고 말합니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카즈나리가 꺼낸 그 한마디는 자신의 소중한 프라이드인 의상을 타협한 유키에게 정곡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유키 역시 카즈나리이니까 자신이 얼마나 무대를 소중하게 여기는지 그러기에 이런 의상이 지금의 자신에게 최선이라고 울면서 이야기 할 수 있던거죠. 유키의 솔직한 마음을 들은 카즈나리는 누구보다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줍니다. 주연과 준주연이란 관계이자 같은 디자이너로서 유키를 대하고 디자이너로서 유키에게 방향을 잡아줍니다.
저는 니보시에서 디자이너로서 성장한 유키를 무척이나 좋아해요. 니보시 이전의 공연 로미줄리 알리바바 피카레스크 천사 앨리스 이 다섯 공연은 디자인적으로는 보편적인 이미지가 있는 공연이였습니다. 이 공연의 의상들은 디자인의 요소보다는 이미지가 있는 의상을 잘 가다듬어서 프로의 솜씨로 완성하는 기술자적인 면모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멸치를 찾아서라는 세계관은 앞의 이야기와 다르게 그런 이미지가 없는 창작의 세계관입니다. 앞의 공연들과 달리 참고자료도 의상도 없는 무의 세계. 유키가 첫 주연을 맡은 공연이 창작의 요소가 강한 이야기인게 가혹하기도 했고 그 때문에 유키는 디자이너로서 처음으로 벽을 마주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원전이 있는 공연만 할 수 없으니 디자이너로서 유키가 성장하기 위해 한번은 풀어가야 했던 이야기고 그렇기에 이 이야기가 여름조의 두번째 공연으로 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귀신같은 리베르.. 이 다음 공연이 sf 판타지적 창작 세계관인 이방인이였던걸 생각하면 유키의 주연인 니보시는 스토리적으로 정말 적절한 배치였죠. 이 이후로 유키는 만카이의 디자이너로서 정말 많은 활약을 하게 됩니다. 물론 주연이 아닌 공연에서 유키에 초점이 잡히진 않았지만 매 공연마다 유키는 고민했겠죠. 그럴때 카즈나리란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잘 해결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든든한 파트너인 카즈나리 역시 이번 공연에서 같이 무대에 오르지 않지만 유키를 전력으로 서포트 해주는 모습이 짧게 나오죠. 정말 정말 유키오시로서 카즈나리에게 고마웠습니다.
그러면 이제 주역인 네사람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너무 졸리네요..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어디까지 쓸 수 있을까요....... 츠즈루 이야기도.. 아.. 내일 2탄을 쓰겠습니다